철학통조림2:달콤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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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용규 (주니어김영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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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지 못한 의도와 속임수라뇨?

아빠 오늘날 사회가 소비와 향락을 권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산업적,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란다. 20세기 전반,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가 도로, 철도, 항만등, 각종 통신 시설을 만들고 상품 제조를 위한 기계와 공장 등의 생산 시설을 구성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사람들에게 성실, 근면, 절제, 시간 엄수와 같은 노동 윤리를 가르쳤어.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미 마련된 생산 시스템이 완전히 가동하기 시작하자 사정은 달렸다. 새산 시설이 이미 완비되고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자, 이제는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생산품들을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야. 그러자 사회가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소비와 향략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특성이야.

하지만 소비와 향략을 강제적으로 권할 수는 없지 않겠니? 그래서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도구가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유행과 광고란다. 오늘날에는 유행과 광고가 '어플루엔자'를 퍼뜨리는 가장 강력한 효과적인 도구가 사용되고 있어.

 유행과 광고가 '어플루엔자'를 퍼뜨리는 도구?

아빠 그래! 유행과 광고다. 소비와 향락을 권장해야만 하는 국가나 기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행은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도구란다. 생산자들이 계속해서 돈을 벌려면, 소비자들이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도 새 상품을 사기 위하여 내버리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유행이 바로 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기 때문이야.

아마, 네 옷장에도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입지 않고 버려 둔 옷들이 많지?

 ...... 네!

아빠 그럴 거야! 그것은 유행이 옷에 대한 너의 욕구를 욕망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뜻한다.

너는 새 옷을 사고 싶은 너의 욕망이 네 자신에게서 나온 것처럼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인즉 기업이 유행을 통해 너의 욕망을 만들어 낸 것 아니겠니? 그리고 이 욕망을 즉시 만족시켜 주지 않으면, 한없이 비참하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지.

다시 말해, 후기 자본주의 사회가 유행을 통해 스스로 얼마든지 만족시킬 수 있는 너의 건강한 마음을 그 무엇으로도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는 비뚤어진 마음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그래서 너는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옷장 안에 많은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새 옷을 사게 되는 거지.

그럼, 제가 유행을 통해 조종동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빠 너뿐만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가 그래!

또한, 광고도 마찬가지야. 본래 광고란 상품이 어디에 쓰이고 얼마나 가치 있는가, 즉 상품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평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었어. 하지만 오늘날 광고는 상품의 내용이나 그것의 가치보다는 상품의 멋, 즉 미적, 감각적 이미지 표현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소비와 향략을 권하기에 합당한 전략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광고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더 능력 있고 가치 있는 인간으로 대우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야.

너도 광고에 나오는 옷을 입고 새로 선전하는 휴대폰을 들고 멋진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에게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지?

그것도 조종되고 있다는 거군요.

아빠 그렇다. 우리는 신문 광고나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미적 감각과 판단 기준을 갖게 되는 거야. 그래서 유행을 따르는 사람을 보면 미적 만족을 주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고 단지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지게 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우리는 서서히 '어플루엔자'에 감염되어 가는 거야. 신문이나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는 '어플루엔자'를 퍼뜨리는 훌륭한 매개체이고.

그 결과 오늘날엔 소비와 향락적 삶이 미덕이 되었고, 절제와 절약하는 삶은 세련되지 못하고 고리타분한 인간의 변명처럼 된 것이다.

 !!!

by 잇츠굳 2010. 12. 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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